[앵커]<br />세상에 단 하나뿐인 달력 아시나요?<br /><br />일제강점기 러시아 사할린에 강제 징용된 동포들을 위해 특별히 만든 달력입니다.<br /><br />2017년 달력의 첫 장, 사할린 우글레고르스크 마을 한인 할머니 3인방이 모델이 됐습니다.<br /><br />수줍은 듯 어색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봅니다.<br /><br />다음 장으로 넘겨볼까요?<br /><br />창가에 생선을 걸어두고 햇볕에 말리고 있는 할아버지!<br /><br />생선이 바싹 마르면 고향에 있는 그리운 사람들과 나눠 드시고 싶다는군요.<br /><br />그런데 이 달력, 좀 특이한 점이 보이죠.<br /><br />러시아 달력인데 한국의 절기와 음력 날짜, 예로부터 악귀가 없는 날로 여겨지는 '손 없는 날'까지 표시돼있습니다.<br /><br />[이병렬 / 사할린 동포 1세 : 손 없는 날 비행기 표를 끊어라. 우리 친정어머니한테 내가 그렇게 배웠으니까. 이빨을 고치더라도 손 없는 날 가서 이를 고쳐라….]<br /><br />일제의 강제 징용이 절정에 이른 1940년대.<br /><br />러시아 사할린으로 끌려간 조선인들은 탄광과 토목공사장에서 고된 노동에 시달렸습니다.<br /><br />1945년, 조국은 해방을 맞았지만 귀국길이 막힌 이들은 낯선 땅에서 생을 마감하거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삭이며 살아가고 있는데요.<br /><br />어쩌면 사할린 동포 어르신들에게 한민족 고유의 문화와 풍습을 지키는 일은 향수를 달래는 유일한 길이었는지도 모릅니다.<br /><br />사할린 동포들을 위해 시민들이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제작한 세상에 하나뿐인 달력.<br /><br />한국의 음력 날짜와 국경일은 물론 결혼이나 이사 같은 중요한 날을 고를 수 있도록 '손 없는 날'을 표시한 것은 달력으로나마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고국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.<br /><br />[이병렬 / 사할린 동포 1세 : 나는요. 다른 거 돈보다 새해 달력 들어오면 그렇게 좋아요. 달력만 주면 돈도 싫어. (왜요?) 새해 달력이 있어야지 마음이 좋지, 달력이 없이 어떻게 사나...]<br /><br />달력의 마지막 장에는 기부금을 보탠 시민들이 직접 쓴 글귀가 적혀 있는데요.<br /><br />"이렇게밖에 도와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."<br /><br />"그리움이 고통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."<br /><br />아픈 역사 속에 낯선 사할린에 남겨진 동포들에게 세상에 하나뿐인 달력은 작지만 소중한 선물이 됐습니다.<br /><br />▶ 기사 원문 : http://www.ytn.co.kr/_pn/0930_201702011325076429<br />▶ 제보 안내 : http://goo.gl/gEvsAL, 모바일앱, 8585@ytn.co.kr, #2424<br /><br />▣ YTN 유튜브 채널 구독 : http://goo.gl/Ytb5SZ<br /><br />[ 한국 뉴스 채널 와이티엔 / Korea News Channel YTN ]