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p></p><br /><br />지난 2016년 5월이었습니다. <br><br>한 청년의 가방에서 나온 물건에 우리 사회는 고개를 숙여야 했습니다. <br> <br>바로 컵라면이었습니다. <br> <br>당시 서울 지하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수선을 하다 전동차에 치여 숨진 19살 김모 군의 유품이었습니다. <br><br>낭떠러지에 몰린 19살 청춘의 사망은 시대의 문제가 됐습니다. <br><br>5일 전 우리는 또 다시 비극을 마주했습니다. <br> <br>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참변을 당한 24살 고 김용균 씨의 사망 소식이었습니다. <br> <br>어제 고인의 유품이 공개됐습니다. <br> <br>컵라면 세 개와 과자 한 봉지, 그리고 검은색 탄가루에 얼룩덜룩해진 수첩이었습니다. <br> <br>구의역 사고 이후 2년 반이 지났지만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청업체에 넘기는 ‘위험의 외주화’는 계속되고 있습니다. <br> <br>부실한 안전관리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. <br> <br>이은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. <br><br>[리포트]<br>정장을 갖춰입고 익숙하지 않은 듯 멋쩍게 웃는 청년,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에 입사를 앞두고 있던 고 김용균 씨의 생전 모습입니다.<br> <br>지난 11일, 석탄 컨베이어 벨트 점검 중, 참변을 당한 김 씨의 가방에서는, 탄가루가 묻은 작업 수첩과 동전 몇 개, 컵라면 3개가 나왔습니다. <br> <br>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워가며 두 사람이 할 일을 홀로 해내고 있었던 겁니다.<br> <br>[고용노동부 관계자] <br>"동료 작업자분들은 (2인 1조 작업이) 전혀 안 되고 있었다는 얘기를 하시죠." <br> <br>발전소의 부실한 안전 검사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. <br><br>김 씨가 숨진 컨베이어 벨트는, 불과 두 달 전 안전검사에서 합격 판정을 받은 곳입니다. <br> <br>[한국서부발전(원청업체) 관계자] <br>"통상 (하청업체가) (안전)점검을 어떻게 하는지 감독 같은 건 없었던 것 같아요. (원래 해야 되지 않나요?) 그건 모르겠습니다." <br> <br>비용 절감을 위해 하청업체에 업무를 맡기는 위험의 외주화가, 비극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. <br> <br>채널A 뉴스 이은후입니다. <br><br>elephant@donga.com <br>영상취재 : 박영래 <br>영상편집 : 박주연 <br>자료제공 :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