인천국제공항 세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무더기 해고 통보를 받았다. <br /> <br />인천공항 세관 비정규직 근로자인 하영호씨(62)는 새해 첫날을 불과 몇 시간 앞둔 지난 해 12월 31일 밤 근무도중 갑자기 '계약 만료'를 알리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. 하 씨뿐만 아니라 같이 근무하던 30명의 동료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같은 내용의 문자 메시지가 전달됐다. <br /> <br />하 씨는 "문자를 받고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. 우리가 근무지에서 나가지 않으려고 하자 공항 경찰대가 와서 위압감을 주며 업무 방해라고 나가라고 했다"며 눈시울을 붉혔다. <br /> <br />이번에 해고된 31명의 노동자들은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는 수화물에 전자태그를 부착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, 대부분 60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. <br /> <br />해고 노동자 김성균씨(65)는 "인천공항에서 24시간 맞교대 하는 곳은 우리 밖에 없다. 임금이 제일 싼 곳이 이 곳이지만, 6년 연속 세계 1위 공항인 인천공항 일원으로 보람을 가지고 일해 왔는데 결과가 이 꼴이 되어버렸다"며 울분을 터뜨렸다. <br /> <br />인천공항 내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 상황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. <br /> <br />공항 시설물 관리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A씨는 "회사가 인천공항공사와 3년 계약을 맺는데 우리는 회사와 매년 고용 계약을 맺고 있다. 돈이 문제가 아니라 계약 만료일이 다가올 때마다 불안함에 피가 마른다"고 말했다. <br /> <br />A씨는 또 "6천명의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공항공사 직원 한명 한명이 신(神)이다. 전화 한통이면 하청업체 소장이든 누구든 득달같이 달려온다"며 자조 섞인 목소리로 처지를 한탄했다. <br /> <br />인천공항공사와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, 2011년 기준으로 인천공항 비정규직 인원은 5,964명. 정규직 직원 857명의 7배 수준이다. 비정규직 비율이 87.5%로, 공기업 평균 비정규직 비율 27.2%보다 무려 3배 이상이나 높다. <br /> <br />더욱이 이 같은 수치는 인천공항공사 소속 직원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, 항공사와 면세점 등 인천공항 전 구역에서 일하는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은 90%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. 2005년 이후 세계공항서비스 평가에서 6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인천국제공항의 화려함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생과 고통으로 만들어졌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. <br /> <br />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신철 조직국장은 인천공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 같은 현실에 대해, "인천공항이 효율성을 추구하면서 이렇게 노동자들의 고혈을 쥐어짠다면 지금처럼 세계 1등 공항을 계속 할 수 없다. 이 불만이 언젠가는 폭발해 공항으로서의 제 기능을 못하게 될 것이며, 지금까지 쌓아온 세계 1등 공항의 이미지도 한 순간에 무너지게 될 것"이라고 경고했다. <br /> <br />[기획/제작 : 정영혁 박기묵 최나래]