작업장에서 일을 마치고 작업복 차림 그대로 나타난 그는 선한 얼굴이었다. 자신이 만든 이명박 대통령 동상을 망치로 부수는 퍼포먼스 영상으로 화제를 모은 '도겐우' 작가. 그에게 동영상에서 보인 과격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. <br /> <br />4년 전부터'도겐우(doganwoo)'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조각가 이석영 씨는 학부와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했다. 그는 이번 퍼포먼스의 모티브를 '이상한 나라의 엘리스'에서 따왔다고 했다. <br /> <br />"책에서 엘리스는 거울의 나라에 가게 되는데 계속 뛰고 있지만 항상 제자리였다. 그때 붉은 여왕이 엘리스에게 이야기했다. '죽도록 뛰어! 그래야 제자리에 있을 수 있을 거야'" <br /> <br />이석영 씨는"세상에는 지시만 하는 그런 '붉은 여왕'들이 너무 많다"며 "그들은 제자리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모든 혜택을 누린다"고 비판했다. 또 "엘리스처럼 아무리 열심히 뛰어봐야 제자리인 상황은 한국 젊은 세대 현실과 너무나 닮았다"고 덧붙였다. <br /> <br />그는 하필 이명박 대통령 동상을 퍼포먼스 대상으로 삼은 데 대해서는 "이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고, 이 나라에 가득한 '붉은 여왕'들을 부수고 싶었지만 모두를 조각할 수는 없었다"고 밝혔다. <br /> <br />영상이 과격하다는 지적에는 "사실 망치로 부수면서도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고 지금도 많이 떨린다"면서 "긍정적인 평가든 부정적인 평가든지 다 있을 수 있고 보는 사람의 판단에 맡긴다"고 답했다. <br /> <br />주로 작품을 통해 사회를 풍자해 온 이 씨는 '도겐우 되어보기'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해 보고 싶다는 뜻을 조심스럽게 밝혔다. 그는 "이명박 대통령의 동상을 세워놓고 관객들에게 연장을 준 다음 그 뒤에 있을 행위는 전적으로 관객에게 맡기는 퍼포먼스"라며 "동상을 가격하든, 쓰다듬든 관객 마음"이라고 설명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