"안녕? 내 이름은 턱돌이야. 바쁘지 않다면 내 야구 이야기 한번 들어볼래?"<br /><br />나의 또다른 이름은 길윤호. 올해 서른 살인 나의 어릴 적 꿈은 야구 선수였어. 그래서 야구선수가 되기 위해 군산상고에서 투수로 꿈을 키워오고 있었지. 유명 구단에서 내 프로필을 적어가기도 했어. <br /><br />그런데 연습도중 손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어. 아니나 다를까 어깨까지 다쳤지. 야구선수로서의 생명이 끝나버렸기에 너무나 힘들었어. <br /><br />하지만 야구를 포기할 수는 없었어. 그래서 무작정 서울 잠실에 있는 야구장에 달려가 경기를 하던 야구 응원단에서 북을 치게 해 달라고 했어. 그런데 마스코트란 일이 너무 하고 싶었던 거야. 그래서 응원단장님께 마스코트를 하게 해 달라고 졸랐지. <br /><br />다음 시즌 난 정말 마스코트가 됐어. 그런데 쉬울 줄 알았던 마스코트 일이 너무나 힘들었어. 첫 세 경기 동안엔 세상에 있는 동물이란 동물의 욕은 다 들었던 것 같아. 모두들 나에게 화를 내고 그만두라고 했어. <br /><br />그 순간 오기가 생겼어. 캠코더를 빌려 전국을 돌아다니며 다른 마스코트들이 어떻게 응원하는가 모니터하기 시작했어. 그들은 악수를 어떻게 하는지. 응원은 어떻게 하는지. 모든 것을 관찰하고 내 것으로 만들었지. 많이 힘들었지만 덕분에 마스코트로 한걸음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됐어.<br /><br />그러던 중 넥센 히어로즈 마스코트로 활동할 수 있게 됐어. 처음 본 넥센의 마스코트 캐릭터 '히어로'는 너무나 강렬했어. 다른 구단 마스코트가 귀엽고 편한 이미지라면 히어로의 이미지는 너무 강했지. <br /><br />그래서 난 조금 더 코믹하게 만들기로 했어. 턱을 조금 더 빼고, 진한 눈썹으로 꾸몄지. 그런 나를 팬들은 '히어로' 대신 '턱돌이'라 부르기 시작했어. 그렇지만 너무 강한 턱돌이 이미지 탓에 사람들에게 미움도 많이 받았어. 아이들은 무섭다고 나를 피하고, 어른들은 못생겼다고 소리치기도 했어. <br /><br />하지만 나 굴하지 않고 팬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매일같이 새로운 퍼포먼스를 선보였어. 난 특이하게도 홈팬이 아닌 상대팀 팬들에게도 기쁨을 주기 위해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어. 처음엔 구단에서 지적도 많이 받았지만, 두 번째로라도 사랑받는 팀이 되기 위해 그런다고 하니 모두들 이해해 줬어. <br /><br />가끔은 여성 시구자들에게 변태(?)같은 퍼포먼스로 입방아에 오르기도 해. 몇몇 열성적인 팬들은 악성 댓글도 서슴지 않지. 하지만 난 괜찮아. 이것도 팬들이 나를 사랑하는 방식 중 하나니까. <br /><br />다만 이 모든 퍼포먼스가 즉흥적인 게 아니란 점만 알아줬으면 해. 내가 직접 여성 시구자를 섭외하고, 함께 퍼포먼스를 짜고, 그리고 경기에서 재미있게 연출하고 있다는 점을 말이야.<br /><br />우리 모두 승리에 집착하지만, 다른 한편으로는 함께 야구를 즐기는 분위기가 됐으면 해. <br />나 턱돌이가 그런 기쁨을 여러분에게 선물해 줄게. 난 마스코트 턱돌이니까. [기획/제작 : 정영혁 박기묵 기자]