CBS 장규석 기자/ 최창민 기자<br /><br />데이트 명소인 서울 신사동 가로수 길에는 불문율이 있다. 차를 갖고 올 경우 무조건 발레파킹 요원에게 돈을 주고 차량 열쇠를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. <br /><br />발레파킹은 주차요원들이 차량을 운전자 대신 주차해주는 서비스다. 하지만 가로수 길에서의 발레파킹은 조금 의미가 다르다. 발레파킹을 하는 업체들의 상당수가 주차장이 없거나 아주 협소하기 때문이다.<br /><br />발레파킹을 맡기면 주차요원들은 차량을 인근의 이면도로 등에 불법주차 해 둔다. 그러다가 구청의 주차단속이 뜨면 갖고 있던 차량 열쇠를 이용해 다른 장소로 이동을 한다. 차 주인이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고 돌아올 때까지 주차요원과 구청 단속반의 숨바꼭질이 이어지는 것이다. <br /><br />일단 가로수 길을 찾는 '오너 드라이버'들은 편리함에 주목한다. <br /><br />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가로수 길에서 발레파킹 비용으로 시간당 2천 원만 내면 식사를 하고, 차를 마시고, 쇼핑을 하는 동안 주차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. 주차단속에 걸리더라도 발레파킹 업체가 과태료를 대신 내 준다. 가로수 길에서 만난 학원강사 윤모(50)씨는 "2천 원에 주차가 가능해서 좋다"며 "발레파킹이 있기 때문에 여기 오는 것"이라고 말했다.<br /><br />주차장이 절대 부족한 가로수 길에 차를 갖고 오는 사람이 몰리면서, 700여미터 남짓한 거리에는 무려 80여명의 발레파킹 요원들이 상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. 가로수 길 10미터마다 한 명씩 주차요원들이 배치돼 성업 중이다. <br /> <br />하지만 문제도 많다. 가로수 길의 이면도로까지 발레파킹 업체들이 불법주차를 하면서, 인근 주민이나 업주들이 불법주차에 항의하는 장면이 자주 목격된다. 강남구청 담당자는 "하루에 적어도 3~4건씩 발레파킹 불법주차와 관련된 민원이 들어온다"고 말했다. <br /><br />온라인 상에서도 '가로수 길에는 차를 절대 갖고 가지 않는다'는 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. 네티즌들은 가로수 길에서 주차요원이 '차량을 함부로 몰았다'거나 '접촉사고를 내고 모른척 했다'는 등의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. 주차요원인 정모(29)씨도 "하루에 몇 번씩 주차문제로 시비가 붙는다"고 고충을 토로했다. <br /><br />급기야 지난 21일 저녁에는 가로수 길에서 김모(32)씨가 발레파킹 직원인 강모(42)씨를 흉기로 위협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. 발레파킹 비용을 내지 못하겠다고 시비가 붙었고 김 씨가 차 안에 있던 흉기를 꺼내 강 씨를 위협하면서 경찰서까지 오게 된 것.<br /><br />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발레파킹 업체들이 주차장도 없이 무허가로 난립해있다는 점이다. 공공의 재산인 도로를 무단 점유해 수익을 올리고 있음에도 이들 업체들은 도로점용료나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. 그래서 일각에서는 '세금도 없고 카드도 안 받는 봉이 김선달식 땅 값 장사'라는 푸념도 나온다. <br /><br />그러나 관할인 강남구청은 아예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. 구청 담당자는 "발레파킹은 허가 업소가 아니어서 별도로 실태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"고 말했다. 그저 불법주차 민원이 들어오면 가서 단속만 하는 식이다. <br /><br />때문에 주차난을 당장 해소할 수는 없더라도 발레파킹에 대한 실태조사와 함께 양성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. <br /><br />교통전문변호사인 한문철 변호사는 "주차공간을 확보한 곳이나 일정한 요건을 갖춘 업체에 대해서만 허가해 주는 허가제나 신고제가 필요하다"고 조언했다. 또 "발레파킹으로 인한 다툼을 피하기 위해서는 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귀중품을 차 안에 두지 않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"고 덧붙였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