민주당 임수경 의원이 1989년 6월 북한을 방문할 당시 촬영됐던 미공개 사진을 24년 만에 CBS노컷뉴스에 공개했다.<br /> <br />안전행정부 산하 국가기록원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서로 눈독을 들일 만큼 자료적 가치가 높은 사진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.<br /><br />10일 국회 의원회관 638호 임수경 의원 사무실. 임 의원의 북한 방문 미공개 사진과 각종 관련 자료가 사무실 한 쪽에 빽빽이 쌓여 있다.<br /> <br />우선 눈에 띄는 것은 북한 문예출판사가 제작해 1990년 9월 남북고위급회담 참석차 방문한 연형묵 당시 정무원 총리를 통해 전달한 임 의원의 사진앨범 두 권이다.<br /><br />연형묵 총리는 이 앨범을 통일부에 줬고, 통일부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감 중이던 임 의원이 1992년 가석방되자 앨범을 전달했다.<br /> <br />앨범에는 임 의원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할 때부터 귀환을 위해 판문점에 설 때까지의 미공개 사진이 차례대로 실려 있다.<br /><br />숙소인 평양 고려호텔에서 수많은 인파의 환영을 받는 모습, 당시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한 외국인들과 함께 평양거리와 백두산 등을 행진하는 사진이 눈길을 끈다.<br /><br />대동강에서 배를 타는 임 의원의 모습을 호기심있게 지켜보는 평양시민들이나 평양 창광유치원에서 지금쯤 30대 초반이 됐을 어린이들과 찍은 사진도 이채롭다.<br /><br />"조선은 하나다"라는 어깨띠를 두른 북한 학생들과는 달리 "조국은 하나다"라고 쓰인 어깨띠를 착용한 임 의원의 모습도 보인다.<br /><br />임 의원은 "북한 쪽 관계자에게 '조국은 하나다'라는 어깨띠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해 나만 그 어깨띠를 두르고 다녔다"고 설명했다.<br /><br />문규현 신부와 함께 판문점을 통한 귀환을 시도하면서 태극기를 온 몸에 두른 임 의원의 사진도 있다. '통일의 꽃'이라지만 북한에서 태극기를 들고 나오는 것이 허용됐을까.<br /><br />"평양 제1백화점에서 천과 물감을 사서 내가 직접 만들었다. 당시 북한에서 태극기를 공개적으로 두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"는 것이 임 의원의 회고다.<br /> <br />비유하자면 북한에서 태극기를 앞세운다는 것은 서울 거리에서 인공기를 게양하는 것과 같다. 물론 북한은 임 의원이 천과 물감으로 태극기를 그릴 줄은 몰랐단다.<br /><br />임 의원이 현재 사무실에 보관 중인 사진자료는 일부에 불과하다. 자택에는 더 많은 사진이 있다. 미공개 사진만 수백장 정도 될 것 같은데 임 의원도 정확히는 모른다.<br /><br />최근에는 국가기록원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서로 사진을 보관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. 국내 일부의 이념적 시비와는 관계없이 자료로서의 가치가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.<br /><br />임 의원은 "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"는 입장이다. 다만 "많은 분들이 공유하면 좋겠다"며 머지 않은 시기에 미공개 사진을 중심으로 전시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.<br /><br />이와 관련해 임 의원은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미공개 사진 등 각종 자료를 먼저 분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.<br /><br />임 의원은 약관의 나이에 북한을 방문하고 판문점을 통해 돌아왔다는 엄청난 경력 때문에 국내의 일부 보수층에게는 존재 자체가 비난의 대상이었고,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.<br /><br />이에 대해 임 의원은 "근거없이 던지는 비난과 매도가 적지 않았다. 감정적 배설이라는 생각도 들었다"며 "소모적 논쟁은 그만 했으면 좋겠다"고 말했다.<br /><br />또 24년 전의 방북을 돌아보면 "역사의 발전은 결국 금기의 장벽을 깨는 것이라고 본다"며 "북한이 더 이상 금단의 땅은 아니지 않느냐"고 반문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