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EN - '설국열차' "더도 덜도 말고 사람답게만 살고싶다"

2019-11-04 1 Dailymotion

때는 서기 2031년, 인류가 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쏘아올린 'CW-7'이라는 장치 탓에 지구는 새로운 빙하기를 맞게 되고, 생존자들은 기차 안에서 계급별로 나뉘어 17년째 살아가고 있다. <br /><br />다수의 꼬리칸 사람들은 매일 밤 군대에서처럼 줄별로 앉으면서 번호를 외치고,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는 단백질 블록을 끼니로 배급 받아 연명하고 있다.<br /> <br />어느 날 불합리한 대우에 저항해 들고 일어났다가 진압된 꼬리칸 사람들을 모아두고 열차 세계의 총리인 메이슨(틸다 스윈튼)이 일장연설을 늘어놓는다. "질서 덕에 이 자리에서 얼어죽지 않고 살아 있는 거야. 모든 것은 성스러운 엔진 덕분에 존재한다!"<br /> <br />열차칸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철저히 감시받으며 사는 자신들의 처지를 누구보다도 바꾸고 싶은 커티스(크리스 에반스)는 되뇐다. "우린 앞칸으로 가도 절대 그런 짓 안해."<br /> <br />커티스를 중심으로 그를 부모처럼 따르는 에드가(제이미 벨), 꼬리칸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 길리엄(존 허트), 앞칸 사람들에게 자식을 빼앗긴 타냐(옥타비아 스펜서)와 앤드류(이완 브렘너) 등은 각자의 간절한 이유를 갖고 한 칸 한 칸 앞쪽으로 돌진한다. <br /><br />여기에 열차 문을 열 수 있는 보안설계자 남궁민수(송강호)와 열차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의 딸 요나(고아성)가 합류하면서 꼬리칸 사람들의 반란도 본격화한다.<br /> <br />꼬리칸 사람들이 앞칸으로 돌진해 얻으려는 목표물은 분명하다. 바로 열차의 제일 앞칸에 있는 엔진이다. 반란군이 앞칸으로 전진하는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궁금증이 있다. '반란군이 엔진을 얻은 뒤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될까?'<br />  <br />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무엇보다 충실하려 애쓴 점도 눈길을 끈다. 오프닝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파격적인 장면 대신, 옅은 눈발을 배경으로 지구 온난화를 개선할 CW-7의 효과를 설명하는 뉴스 해설이 이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.<br /> <br />위대한 사상가로 불리는 카를 마르크스(1818-1883)는 인류 역사가 다섯 단계에 걸쳐 발전한다고 봤다. <br /><br />식량 등을 공동으로 생산하고 소비하던 원시 공산제 사회는 국가·사유재산 개념이 생겨나고 그 정도에 따라 계급이 나뉘면서 고대 노예제 사회로 이행했다. <br /><br />이어 중앙 권력이 약해진 틈을 타 지방 영주들이 세력을 키우면서 노예제는 봉건제로 바뀌고 인류(엄밀히 말하면 서양)는 중세를 맞았다.<br />  <br />설국열차 속 세계도 이와 다르지 않다. 열차의 엔진을 장악하고 있는 절대자 윌포드(에드 해리스)가 머무는 맨 앞칸의 문에는 '윌포드 산업(Wilford Industry)'이라고 쓰여 있는데, 그가 기업가 출신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. <br />열차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, 특별한 대안이 없는 까닭에 열차라는 차악이 진리로 탈바꿈한 셈이다.<br /><br />하지만 경쟁자가 사라지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된 자본주의는 더욱 철저하게 인간을 도구로 삼아 덩치를 키우는 모양새다. 최근 몇 년 새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마르크스의 부활을 점치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.<br /><br />설국열차가 바라는 세상 역시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공간,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리라.<br /> <br />강렬한 메시지는 잠시 접어두더라도 설국열차는 그 자체로 재밌는 영화다. <br /><br />즉석 통역기가 있다는 설정을 만들어 송강호가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도록 한 점, 각 열차 칸마다의 특색을 살려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낸 발상, '끝판왕'이 사는 머리칸 까지 열차 칸을 하나하나 격파해 가는 액션신이 주는 카타르시스 등은 125분의 상영 시간 동안 지루할 세가 없게 만든다. <br /><br />상업 영화의 장점을 제대로 짚어내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봉준호 감독 특유의 연출 감각은 이번에도 성공한 듯하다.<br /> <br />8월1일 개봉, 15세 이상 관람가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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