지난달 중순 새벽 2시쯤 강아지 돌봄서비스 업체 '윤앤퍼피' 대표 김도윤(34)씨가 여느 때와 같이 눈을 비비고 일어났다. <br /><br />새벽까지 깨어있는 강아지들에게 간식을 주기 위해 손수 만든 간식을 꺼내고 있을 무렵 전화벨이 울렸다. <br /><br />"우리 아기 지금 보고 싶으니까 데리고 오세요"<br /><br />강아지를 맡긴 고객이었다. <br /><br />짧은 통화였지만, 도윤씨는 고객이 술에 취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. 별수 없이 차 키를 꺼내 들었다. <br /><br />나흘 연휴를 맞아 모든 예약이 꽉 찬 상태지만, 밤낮 구분없이 심부름꾼 부리듯 대하는 고객들 때문에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다. <br /><br />하지만 "새벽 심부름은 예삿일"이라는 도윤씨는 "반려동물에 관한 법률이 미비한 점을 악용하는 사람들도 있다"며 2살 된 치와와 '사습'의 머리를 쓰다듬었다. <br /><br />'사슴'이의 원래 이름은 '초코'다. 지난해 12월 맡겨졌지만, 주인이 돌연 잠적하면서 이곳에 남았다. <br /><br />도윤씨는 오갈 곳 없는 '초코'에게 '사슴'이란 이름을 달아주고 새 식구로 맞아, 키우고 있다. <br /><br />도윤씨는 "애완동물에 관한 법률적 미비를 악용해 강아지를 유기시키는 사람들도 있다"며 "강아지도 소중한 생명인데, 이렇게 버리는 게 무책임한 것"이라고 꼬집었다. <br /><br />또다른 반려견 돌봄서비스 업체 '도담이네 펫시터' 신현호(36) 대표도 황당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. <br /><br />한 고객이 자신의 강아지가 갑자기 혈변을 본다며 현호씨에게 항의를 한 것이다. <br /><br />다짜고짜 화를 낸 고객을 달랜 현호씨는 "암컷 강아지는 원래 6~7개월쯤 되면 첫 생리를 한다"고 친절히 설명했다. <br /><br />현호씨는 "반려견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는데, 그만큼 인식과 지식은 부족한 게 현실"이라며 "반려동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는 것도 주인된 도리"라고 말했다. <br /><br />◇ 반려동물 2조원시대…"펫시터에 대한 인식도 개선돼야"<br /><br />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, 올해 반려동물 시장규모는 2조 2900억원이다. 4년 뒤에는 5조 8천억원을 넘는 규모가 될 전망이다.<br /><br />이에 따라 반려동물관리사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. <br /><br />2012년 147명밖에 없었던 반려동물관리사는 5년 만에 10배가 넘는 1948명이나 된다. <br /><br />반려동물관리사나 펫시터(pet sitter)가 새로운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지만, 이들에 대한 인식은 '24시간 대기조'나 '강아지 보모'쯤에 머물러 있는 게 현실이다.<br /><br />한국반려동물관리협회 정호승 이사는 "외국에서는 전문적으로 반려동물을 돌보는 서비스가 일찍부터 자리를 잡았다"면서 "반려동물관리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수의학이나 행동교정 훈련, 품종, 동물 장례 등에 대한 지식을 갖춰야 한다"고 말했다. <br /><br />그러면서 "전문성을 가지고 반려동물을 돌보는 만큼 이에 대한 인식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"고 강조했다.<br /><br />나흘 연휴를 맞아 대목을 누리면서도 '진상 고객'들 때문에 한숨을 내쉬어야 하는 도윤씨와 현호씨의 바람은 단 하나.<br /><br />"내 강아지를 돌보는 것처럼 키우고 있습니다. 믿어주시고, 예의에 어긋나는 언행이나 도를 넘는 요구는 삼가세요"