"KBS에 따지러 갔는데 왜 이 수석이 우호적으로 나서는 걸까. 그리고는 '청와대라 하더라도 보도국장에게 맘대로 할 수 없지 않느냐. 그래도 의견은 전달하겠다. 사장이 유족에게 사과할 수 있도록 해 보겠다'는 말을 우리에게 했다. 그 말이 있은 며칠 후 길환영 KBS 사장이 와서 사과하고, 김시곤 보도국장을 해임하겠다고 했다. 당시 유가족들은 기뻐했는데, 나는 조금 의아했다. 왜 순순히 우리 요구를 다 들어주지? 그러고 지나갔는데 오늘 녹취록 들으니까 이해가 된다. 의혹이 풀린다.<br /><br />지난 30일 공개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과 김시곤 KBS 보도국장의 세월호 참사 직후의 통화 내용을 들은 유경근 4·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2014년 유가족들이 KBS에 항의하러 갔던 때를 떠올리며 한 말이다.<br /><br />세월호 참사 직후 청와대가 공영방송 KBS의 보도에 개입한 증거가 공개된 것이다. 이미 보도 개입과 관련한 여러 의혹과 정황이 제기됐었지만, 실제 녹음파일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<br /><br />이날 공개된 통화 내용은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4월 21일(7분 분량)과 30일(4분 분량)에 녹음됐다. <br /><br />KBS는 21일 뉴스9에서 7건의 해경 비판 보도를 했다. ▲수색작업 ‘민간잠수사’활약...해경도 인정 ▲선박관제센터 운영...해수부 따로,해경 따로 ▲진도선박관제센터, 지켜보고도 ‘감지’ 못해 ▲바다의 권력’ VTS,해수부-해경 ‘관할경쟁’ ▲민간선박들, “바다 뛰어내렸으면 구했다” ▲탈출판단 선장에게 미뤄...관제센터 ‘소극 대응’ ▲위도 경도 묻는 해경...놓친 시간 6분 더 있다 등이었다.<br /><br />30일에는 8건의 해경 비판 보도가 나갔다.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이 해군의 잠수 작업을 통제했다는 내용이었다. ▲ 해경, 언딘 우선 잠수 위해 군 투입 통제 ▲둘쨋날 밤 군 재투입, ‘황금시간’ 놓쳐 ▲해경 ‘통제’ 인정 “초기 혼선 책임 통감” ▲해경 약 3분의 1 수영 못해 ▲경비정 ‘탈출’ 방송 선내선 못 들어 ▲어설픈 지휘, 곳곳 혼선 ▲지휘 체계 일원화.<br /><br />KBS는 국가재난방송 주관방송사이자 국민 수신료로 운영되는 대한민국의 대표 공영방송이다. 당시 KBS는 해경 등 정부의 대처와 구조 활동의 문제를 다른 언론사들처럼 주요 뉴스를 다루고 있었다. <br /><br />그런데 당시 이 홍보수석은 KBS 김시곤 전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 내용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. 심지어는 "뉴스 편집에서 빼 달라", "다시 녹음해서 만들어 달라"고 편집에 직접 개입했다. 또 "하필이면 (대통령님이) 오늘 KBS를 봤으니, 내용을 바꿔 달라"고도 주문했다.<br /><br />녹취록을 보면 이정현 전 수석이 김 전 국장에게 항의하다, 애걸복걸하고, 같은 얘기를 반복해도 안 되니까 육두문자까지 쓰기도 한다. <br /><br />이번에 공개된 통화녹음을 들은 유 위원장은 "김시곤 보도국장은 청와대 입장에서 봤을 때 순순히 따르는 사람이 아니었다. 우리 유가족들이 김 국장을 해임하라고 요구한게 청와대가 기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겠는냐"라고 전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