조개, 새우, 주꾸미 등 어시장에서 팔던 해산물들이 불에 탄 채로 잿더미 속 어지러이 널브러져 있었다.<br /><br />횟집 어항이 터져 산산조각 나면서 안에 있던 대부분의 생선은 호흡을 잃었다. 철골 구조물 사이에서 숭어 몇 마리만 펄떡이고 있을 뿐이었다. 옆에 있던 한 상인은 "저거라도 건져야 할 텐데"라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.<br /><br />18일 새벽 1시 36분쯤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불이 나 2시간 30여분 만에 대부분 꺼졌다.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240여 개 점포와 좌판이 불에 탔다.<br /><br />오전 9시 현재 어시장 주변에는 여전히 매캐한 연기가 자욱이 깔려 있다. 바다 짠내와 탄내가 섞인 듯한 역한 냄새도 코를 찌른다. 화재경보기 소리도 그치지 않고 있다.<br /><br />좌판 332개, 점포 41곳이 들어선 어시장 천장 쪽에는 전선이 어지러이 꼬여 있었고 건물을 지탱하던 철근은 엿가락처럼 휘어져 있었다. 기둥은 중심을 잃고 기울어져 있었으며 횟집 간판도 새까맣게 타버렸다.<br /><br />뒤늦게 현장을 찾은 상인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다는 안타까움에 눈물만 흘릴 수밖에 없었다. 횟집 사장 최복순(69) 씨는 아수라장이 된 어시장 앞에서 "도저히 내 집(점포)이 어디 있는지조차 찾지를 못하겠다"며 "지금 너무 춥고 떨리다. 주말이라 물건을 꽉 채워놨는데 어쩌면 좋냐"고 말했다.<br /><br />소래포구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았다는 또 다른 횟집 사장 이모(60) 씨는 "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었다. 죽고 싶은 심정"이라며 "아까는 불구덩이에 뛰어들어서라도 불을 끄고 싶었다"고 밝혔다.<br /><br />최초로 화재를 목격하고 당국에 신고했다는 백모(49) 씨는 "장사 준비하려고 나왔는데 천장에서 불이 껌뻑껌뻑했다. 그래서 우리집 것이 합선된 줄 알고 확인하려 했는데 알고 보니 저 밖에 이미 불이 나 있더라"고 말했다.<br /><br />오전 10시 현재 어시장 한쪽에는 잔불이 남아 있으며 기둥이 뒤틀린 일부 구간에는 붕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.<br /><br />소방당국은 어시장에는 좌판이 좁은 공간에 밀집해 있고 비닐 천막이 많아 진화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.<br /><br />바닷가 인근 소래포구 어시장에는 총 4개 동(가·나·다·라)에 걸쳐 비닐 천막으로 된 임시 가건물 형태의 좌판 332개가 설치돼 있다. 피해는 가·나 동에 집중됐다.<br /><br />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현장 감식을 의뢰하는 한편, 주변에 설치된 60여 대의 폐쇄회로(CC)TV 영상을 확보해 사고 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다.<br /><br />소래포구는 어선의 정박시설을 갖춘 재래어항이다. 1960년대 초 실향민들이 자리 잡기 시작한 소래포구는 1974년 인천 내항이 준공되면서 정식 개장했다. 새우·꽃게·젓갈 등으로 유명한 어시장은 연간 1500만 명이 찾는 수도권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발돋움 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