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울역: 노숙인,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

2019-11-04 1 Dailymotion

서울시 용산구 동자동 43-205 서울역<br /><br />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서울역은 떠남과 도착, 만남과 헤어짐의 장소다.<br /><br />그러나 떠나지도 도착하지도 않고 누구를 특별이 기다리지도 않으며 서울역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있다.<br /><br />바로 이곳을 집으로 삼고 사는 노숙인들이다. <br /><br />서울역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은 서울역을 '서'자를 빼고 '울역'이라 부른다. '서울역에 오면 누구나 한번은 우는 역'이라는 그들만의 줄임말이다. <br /><br />서울역 노숙인은 두 부류다. 행색이 남루하여 누구나 노숙인으로 알아볼 수 있는 노숙인들과 겉보기엔 멀쩡해서 노숙인으로 생각하지 않는 노숙인. 전자는 '보이는 노숙인'이고 후자는 '보이지 않는 노숙인'이다. <br /><br />겉모습만 다를 뿐 두 부류 노숙인 모두 사회와 동떨어져 있기는 마찬가지다. 보이는 노숙인이 대부분이었던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보이지 않는 노숙인도 늘고 있다.<br /><br />이들이 노숙 생활을 시작한 이유는 실직이나 사업 실패가 가장 많다. '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' 자료에 따르면 서울역 노숙인의 52%는 실직 및 사업 실패, 16%는 가족 해체, 6.6%는 부채 및 신용불량, 10%는 질환 및 장애, 4.6%는 주거지 상실 등의 이유로 노숙의 길로 접어들었다. <br /><br />일반적인 편견과 달리 노숙인이라고 모두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. 서울역 노숙인 중 약 40%는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. 길거리가 아닌 쪽방이나 쉼터 등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도 있다. 다만 수입이 적고 고용이 불안정한 경우가 대부분이다. <br /><br />노숙인이 되면 건강은 나빠지고 장애의 확률도 높아진다. 서울역 노숙인의 경우 약 23%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. <br /><br />이런 탓에 노숙인의 사망률은 일반인보다 두 배 이상 높다. 노숙인에게 죽음은 낯선 단어가 아니다. <br /><br />어느덧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성큼성큼 다가오면서 겨우내 서울역 광장의 매서운 칼바람을 견딘 노숙인들도 조금씩 봄기운을 느낀다.<br /><br />광장 모퉁이 양지바른 곳에 노숙인들이 자리를 깔고 앉는다.<br /><br />절뚝거리며 걸어오는 김 씨, 매번 기침을 해대는 이 씨가 꺼낸 소주 한 병, 봉지과자 하나. 볼품 없지만, 이것만 있으면 울역 이야기 마당이 펼쳐진다. <br /><br />"내가 옛날에는 잘 나갔는데 말야…"<br /><br />약해진 소주 도수에 대한 불만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과거에 과거로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. <br /><br />확인 되지도 않고 돌아갈 수도 없는 과거 이야기. 대화 주제는 늘 비슷하다. 시비가 벌어져 언성이 높아지면서 서로 자리를 박차기도 일쑤다. <br /><br />하지만 서울역을 떠나진 않는다. 사회와 단절된 노숙인에게 이곳은 유일한 소통 공간이기 때문이다. <br /><br />노숙인들에게 서울역은 아무리 못난 자식이라도 깊게 보듬어 주는 엄마 품과도 같다.<br /><br />그곳 서울역을 떠나지 못하는 우리의 또다른 이웃 노숙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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