김정은의 대남·대미 메시지…문대통령·바이든의 선택지는<br /><br />[앵커]<br /><br />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 벽두 서울과 워싱턴을 향해 고도로 계산된 메시지를 던졌습니다.<br /><br />남북·북미 관계 개선에 나설 수 있는 자신들의 요구 조건을 제시한 건데요.<br /><br />문재인 정부와 다음주 정식 출범하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어떤 답을 내놓을까요?<br /><br />지성림 기자가 정리했습니다.<br /><br />[기자]<br /><br />지난해 말, 남북관계 주무 부처 통일부의 장관은 2021년 상반기 정세를 비교적 밝게 전망했습니다.<br /><br /> "정세 전환기를 '남북의 시간'으로 만들어가기를 희망합니다."<br /><br />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주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를 통해 내놓은 대남 메시지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.<br /><br />우선 남북관계 현 상황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인식부터 어둡습니다.<br /><br />남북관계 교착의 책임은 남쪽으로 돌렸습니다.<br /><br />예전처럼 남측에 일방적으로 선의를 보일 필요가 없다며 남측이 하는 만큼만 상대할 것이라는 원칙을 밝혔습니다.<br /><br />그리고 확실한 요구 조건을 내걸었습니다.<br /><br />자신들이 생각하는 남북관계의 본질적 문제가 뭔지, 남측 당국이 해줬으면 하는 게 뭔지 분명히 밝힌 겁니다.<br /><br />물론, '태도 변화'라는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, 관계 개선의 여지도 남겼습니다.<br /><br /> "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가까운 시일 안에 북남관계가 다시 '3년 전 봄날'과 같이 평화와 번영의 새 출발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…"<br /><br />이 같은 대남 메시지가 공개되고 이틀 뒤,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'비본질적 문제'라고 일축한 방역 협력을 다시 제안했습니다.<br /><br />코로나 시대 맞춤형 대화 방식도 언급했습니다.<br /><br /> "언제든 어디서든 만나고, 비대면의 방식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는 우리의 의지는 변함없습니다."<br /><br />문제는 비대면 대화의 주제가 무엇이냐에 따라 북한의 호응 여부가 달라진다는 겁니다.<br /><br />문 대통령의 대북 제안은 김 위원장이 제시한 요구에 대한 답이 아닙니다.<br /><br />그렇다고 북한이 요구한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전력증강 계획 철회 등을 정부가 수용하기는 어렵습니다.<br /><br />현재로선 마땅한 선택지가 없는 문재인 정부.<br /><br />미국 신행정부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출구를 다시금 모색해야 하는 입장입니다.<br /><br />북미관계 진전이 있어야 남북관계 개선도 뒤따르는 만큼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문재인 정부 운신의 폭도 넓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.<br /><br />김 위원장의 대미 메시지는 더 간결했습니다.<br /><br />김 위원장은 다음 주에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.<br /><br />'적대 정책 철회'라는 기존의 요구를 반복하고, 미국이 군사적으로 압박하면 군사적으로 대응하고, 대화로 나오면 대화에 응하겠다는 기본 원칙만 되풀이했습니다.<br /><br />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다음 주 취임식에서 대북 메시지를 발신할지는 알 수 없지만, 그의 과거 발언을 통해 대북관을 가늠해볼 수는 있습니다.<br /><br />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을 미국 입장에서는 실패했다고 평가합니다.<br /><br />김정은 개인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은 부정적입니다.<br /><br />그러면서도 김 위원장이 핵 능력 축소에 동의한다면 만날 용의가 있다는 언급도 했습니다.<br /><br />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'톱-다운'식 대북 접근에는 분명히 선을 긋고 있지만, 북한의 지속적인 핵 능력 증강을 방치할 수는 없는 입장입니다.<br /><br />클린턴·오바마 행정부에서 북한 문제를 다뤄봤던 웬디 셔먼, 커트 캠벨 등을 외교·안보 라인에 전진 배치하는 점으로 미뤄 바이든 당선인은 북한과 실용적 접근을 시도할 생각은 있어 보입니다.<br /><br />실제로 외교부 당국자는 북핵 문제의 시급성을 바이든 당선인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.<br /><br />다만 김 위원장의 이번 '핵무력 지속 강화' 방침으로 미국 내 여론이 악화할 경우 북미대화에 제동을 거는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.<br /><br />무엇보다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하더라도 한동안은 코로나19 대응과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로 불거진 극심한 정국혼란 수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입니다.<br /><br />그만큼 북한과의 접촉 노력은 뒷전으로 밀릴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.<br /><br />북한은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로드맵이 정리될 때까지는 수위 높은 도발은 자제하며 관망 모드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.<br /><br />그러나 바이든 정부의 '무관심'이 길어질 경우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같은 관심 끌기용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습니다.<br /><br />연합뉴스TV 지성림입니다.<br /><br />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: 카톡/라인 jebo23<br /><br />(끝)<br /><br /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