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p></p><br /><br />검찰 수사를 취재 중인 사회부 이은후 기자와 더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. <br> <br>Q. 무려 755억 원 뇌물 혐의로 구속 영장을 청구했는데, 기각이 됐어요. 김만배 씨 영장은 왜 기각이 된 건가요? <br> <br>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사유부터 볼까요. <br> <br>"구속 필요성이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"는 것이었습니다. <br> <br>죄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고요. <br><br>수사팀이 범죄 혐의를 충분히 입증 못했다는 취지입니다. <br> <br>어제 구속영장 심사 과정을 들여다보면 영장 기각은 예견됐다는 분석도 나오는데요. <br> <br>검찰 수사팀은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녹음 파일이 핵심 증거라며 법정에서 재생하려고 했지만 재판부가 곧바로 제지했습니다. <br><br>증거물이 조작되거나 오염되지 않았다는 검증 절차가 미진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. <br> <br>문제는 녹취록 말고는 핵심 증거, 그러니까 계좌추적의 결과라든지 자금의 불법적 흐름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오는데요. <br> <br>특이한 점은 검찰이 구속영장 발부의 명분으로 "국민적 공분을 사는 사건"이라는 점을 여러차례 강조했다는 건데요. <br> <br>어떻게 보면 핵심 물증을 제시못하고 여론에 호소하려다 재판부 설득에 실패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. <br><br>Q. 사실 영장 청구할 때부터 성급하다는 지적이 있긴 했죠. <br> <br>네 맞습니다. <br> <br>김만배 씨에게 적용된 뇌물 혐의 액수, 무려 755억 원입니다. <br> <br>통상 구속영장 단계에선 소명이 가능한 혐의 위주로 추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많은 액수죠. <br> <br>그런데 정작 이 중 50억 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는 곽상도 의원에 대해서는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고요. <br> <br>김만배 씨 측은 검찰이 핵심 증거라는 녹취록도 안 보여주고 영장을 청구했다며 수사의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기도 했습니다. <br><br>검찰 내부에선 "수사팀이 목표를 원대하게 세운 건 좋지만, 그만큼의 수사를 하고 영장을 청구했는지 의문"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.<br> <br>수사팀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건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'신속한 수사'를 주문한 지 3시간여 만입니다. <br> <br>이렇다보니 수사팀이 성급했던 이유를문 대통령의 주문과 연결짓는 시각도 있습니다. <br> <br>Q. 영장 기각 되고 성남시 압수수색 했는데, 예고된 늑장 수색이라고 봐야겠죠. <br> <br>특수수사 전문 검사 몇몇에게 물어봤습니다. <br><br>"성남시를 오늘에서야 압수수색한 건 특수수사의 기본을 어긴 것"이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. <br> <br>이런 류의 권력형 비리 수사는 증거인멸이 조직적으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수사팀이 꾸려진 직후 압수수색부터 하고 시작해야 한다는 겁니다. <br><br>하지만 오늘 압수수색은 전담 수사팀이 꾸려진 후 16일 만에 이뤄졌는데요. <br><br>성남시 압수수색이 늦어진 것을 김오수 검찰총장의 이력과 연결짓는 시각도 있습니다. <br> <br>김 총장은 법무부 차관 퇴임 후 올해 5월까지 성남시 고문변호사로 재직했습니다. <br> <br>Q. 검찰이 의지가 있느냐 지적이 높아지고 있어요. 이 기자가 취재해보면 내부 분위기는 어때요? <br> <br>검찰 내부에선 "실패한 수사의 특징들이 대장동 의혹 사건 수사에서 보인다"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. <br> <br>핵심 관계자의 휴대전화를 초기에 확보하지 못하고, '윗선'으로 지목받는 중요기관을 뒷북 압수수색했다는 것이죠. <br> <br>검찰 지휘부가 '윗선'으로 수사가 확대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. <br> <br>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어제 국정감사에서 "'그분'은 정치인이 아니다"라고 발언한 점 등에서 이런 조짐이 드러난다는 겁니다. <br> <br>Q. 검찰이 수사를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라는 지적인 건데, 앞으로 수사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? <br> <br>핵심 관계자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는데요. <br> <br>이제부터는 자금 흐름을 추적하면서 확실한 물증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. <br><br>검찰은 김만배 씨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할지 검토한다고 밝혔는데, 그전까지 얼마나 물증을 확보하느냐에 수사 성패가 달린 것으로 보입니다.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