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p></p><br /><br />[앵커]<br>이렇게 여야 지도부가 모두 ‘비상’인 상황이지만요. 정치가 가장 필요한 건 이런 곳이겠죠. <br><br> 이번 폭우에 반 지하 집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목숨을 잃은 사람이, 두 가구 네 명에 이릅니다.<br><br> “문을 열려 해봐도 열리지 않는다.” 마지막 남긴 말은 이랬습니다. <br><br> 보통 물이 어지간히 차고서야 문이 안 열릴 거라 생각하지만 무릎 높이만큼부터도 열리지 않더라, 그날 밤을 가까스로 넘긴 이웃들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.<br><br> 먼저 백승연 기자입니다.<br><br>[기자]<br>닫힌 현관문 틈으로 쉴 새 없이 빗물이 들어오고, 집안에는 오물 섞인 빗물이 차오릅니다.<br><br>지난 8일 밤 일가족 3명이 숨진 서울 신림동의 주택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또다른 반지하 주택.<br><br>이곳에서 7년째 살아온 50대 부부는 그날 밤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합니다.<br><br>당시 집 앞 하수구에서 물이 솟구치자 남편은 상황을 살피러 밖으로 나갔습니다.<br><br>15분 만에 돌아왔는데, 현관문이 수압 때문에 열리지 않았습니다.<br><br>아내 혼자서 집 안에 갇힌 겁니다.<br><br>[최경선 / 서울 관악구(지난 12일)]<br>"겁이 나서 아저씨(남편) 보고 빨리 나가자고. 그런데 문을 못 여는 거예요. 그래서 (남편을) 막 불렀어요."<br><br>물 높이가 무릎보다도 낮았는데, 문은 꿈쩍을 하지 않았습니다.<br><br>부부는 5분간 사투를 벌였습니다.<br><br>[최경선 / 서울 관악구]<br>"이 정도로 들어오는데도 막 문이 안 열려서 나는 안에서 밀고 아저씨는 바깥에서 당기고."<br><br>지상층 주민에게도 8일 밤은 트라우마가 됐습니다.<br><br>한 주민은 죽음의 문턱에 있었던 반지하층 이웃을 목격했습니다.<br><br>[이웃 주민(지난 12일)]<br>"물이 여기까지 차 있어서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3cm밖에 없어서 소방대원들이 에어펌프를 계속 넣어 공기를 주입했고. 그분이 나오시면서 바로 실신하셔서…."<br><br>박용권 씨의 반지하층 집에선 차오르는 빗물에 냉장고가 쓰러져 입구가 막히기도 했습니다.<br><br>[박용권 / 서울 관악구(지난 12일)]<br>"냉장고가 넘어졌으니까 이게 (물에) 붕 떴으니까. 여기 냉장고가 있었거든요. 그걸 넘고 간다고 한 30분 동안 퍼덕퍼덕거렸죠."<br><br>긴급 재난문자는 집이 침수되고 20분이 지나서야 도착했습니다.<br><br>[박용권 / 서울 관악구]<br>"하수구 역류됐다고, 조심하라고 (문자가 왔는데). 그때 물이 다 역류해 들어왔는데 뭐해요. 물이 넘쳐났는데 뭐해요. 필요 없잖아."<br><br>서울의 지하나 반지하 가구는 약 20만 채로 전체 가구의 5%에 이릅니다.<br><br>이 가운데 일가족 3명이 숨진 관악구는 2만 가구로 가장 많이 몰려 있습니다.<br><br>채널A 뉴스 백승연입니다.<br><br>영상취재: 임채언<br>영상편집: 이혜진<br><br /><br /><br />백승연 기자 bsy@ichannela.com