임종을 앞둔 환자 곁을 지키다 보면 의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을 종종 겪곤 한다. 하늘에서, 떠날 사람과 남을 사람 간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준 것, 이라고 밖엔 설명이 안 되는 그런 일들 말이다. 혹자는 간절함이 이뤄 낸 기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. <br /> <br /> 폐암 환자가 있었다. 60대 후반이라는 그리 많지 않은 나이였지만 우리 병원에 처음 왔을 때부터 의식이 없었다. 한방병원 암 병동을 찾는 암 환자는 이 환자처럼 더이상 손쓰기 어려운 마지막 단계에 보통 이곳에 온다. 보호자들은 미리 작성해둔 연명치료중단동의서를 가지고 나를 찾아왔다. "어머니가 고통 없이 가실 수 있도록 잘 보살펴 달라"고 말하는 세 아들을 앞에 앉혀 두고 의학적 예후를 설명하자 모두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인 듯 고개를 끄덕였다. "이번 달을 넘기기 힘드실 것"이라는 말에도 별다른 동요 없이 서로 눈빛만 주고받았다. 그 모습을 보며 나는, 이 가족은 남은 과정을 존엄하게 준비하며 어머니를 잘 보살필 수 있겠다는 안도감이 들었다. 긴 대화 끝에 자리를 마무리하려 하자 큰아들로 보이는 보호자가 주춤하며 내 가운을 붙잡고 말했다. <br /> <br /> “혹시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3일 전에 미리 알려주실 수 있나요?” <br /> <br /> 지금 외국에 있는 막내 여동생이 엄마의 마지막 순간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간곡한 부탁이었다. 그는 물론 임종 날짜를 누구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건 경험상 잘 알고 있다고 했다. 이전에 어느 병원 응급실에 갔을 때도, 연명치료중단동의서를 작성하기 전 또 다른 병원의 중환자실에 있을 때도, 그리고 우리 병원으로 옮기기 바로 전날에도 "오늘을 넘기기 힘들다"거나 "이번 주를 넘기기 힘들다"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. 그때마다 막내는 급하게 한국으로 들어왔다고 한다. 하지만 매번 환자는 그 고비를 넘겼고,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해서 오갔더니 직장 다니는 막내가 쓸 수 있는 연차가 이제 일주일 ...<br /><br />기사 원문 : https://www.joongang.co.kr/article/25120405?cloc=dailymotion</a>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