길잡이는 비단실 <br /><br /> 그러면 소나무행렬송충이가 집으로 돌아갈 때 의지하는 것은 무엇일까요? 그것은 <br />바로 기어가면서 뽑은 실입니다. <br /> 제 1권의 미노타우로스금풍뎅이에서 이야기했듯이, 그리스의 크레타 섬에 머리는 <br />소이고 몸은 인간인 미노타우로스라는 괴물이 있었습니다. 한 번 길을 잃으면 두 번 <br />다시 밖으로 나갈 수 없는 미궁에 갇혀 있던 이 괴물을 물리친 것이 그리스 신화의 <br />영웅 테세우스입니다. <br />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라는 처녀에게서 받은 실꾸러미를 풀면서 미궁 안으로 <br />들어갔습니다. 그리고 다시 돌아올 때는 그것을 거꾸로 더듬어 밖으로 나왔는데, <br />만약 이 실로 표시하지 않았더라면 미궁에서 빠져 나올 수 없었겠지요. <br /> 솔잎 한 장 한 장은 송충이에게 굵은 기둥과 같은 것입니다. 그것이 빽빽이 나 <br />있는 곳은, 특히 밤이라면, 크레타 섬의 미궁처럼 빠져 나가기가 아주 어려울 <br />것입니다. 그러나 소나무행렬송충이에게는 비단실이 '아리아드네의 실'이 되어 <br />틀림없이 돌아가는 길을 알게 됩니다. 송충이들은 식사 때는 뿔뿔이 흩어지지만 <br />솔잎을 잔뜩 먹고 돌아올 시간이 되면 자신들이 실로 만든 길을 따라 다시 한 줄로 <br />묵묵히 기어서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옵니다. <br /> 겨울이라도 날씨만 좋으면 낮부터 멀리까지 외출하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. <br />모두가 나무에서 내려와 땅 위를 헤매는데, 사람의 걸음으로 50보 정도의 거리를 <br />돌아다닙니다. 이것은 먹을 것을 찾아 떠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. <br /> 자신들이 태어난 소나무에는 아직 잎이 잔뜩 남아 있는 데다가, <br />소나무행렬송충이들은 밝을 때는 아무것도 먹지 않기 때문입니다. <br /> 이렇게 멀리까지 외출하는 것이 건강을 위한 산책일까요, 근처를 둘러보기 위한 <br />여행일까요?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번데기가 될 때 기어들 모래 땅을 미리 살펴보는 <br />것일까요? 설마 곤충이 이렇게까지 계획적으로 생각하며 살고 있지는 않겠지요? <br /> 이렇게 멀리 나올 때에도 표시가 되는 실을 잊은 일은 물론 없습니다. 실치기는 <br />이런 때일수록 더 필요한 것입니다. <br /> 행렬이 길게 이어질 때는 길에 깔린 비단실의 폭이 아주 넓어져서 돌아오는 길을 <br />찾기에 편하지만 그래도 길을 찾느라고 갈팡질팡하는 때가 있습니다. <br /> 경우에 따라서는 오랫동안 헤매어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해 무리 전체가 그대로 <br />바깥에서 자는 일도 있습니다. 소나무행렬송충이들에게 이것은 아주 간단합니다. <br />모두 한 덩어리가 되어 몸을 서로 붙이고 추운 밤을 지새는 것뿐입니다. 어쨌거나 <br />추위에는 꽤 강한 벌레입니다. 그리하여 다음날이 되면 다시 길을 찾기 시작합니다. <br />그리고 결국은 왔던 길을 발견합니다. <br /> 그러나 대개의 경우 소나무행렬송충이들의 행렬은 길 표시인 비단실을 잘 <br />찾습니다. 이 길 표시를 맨 앞의 송충이가 발로 느끼면 이젠 별 문제없이 집으로 <br />돌아갑니다. <br />asf745a1sf67a4sf5