지난 1월 31일 밤 10시. 늦은 시간임에도 서울 서교동 리치몬드 제과점에는 빵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. <br /> <br />제과점 입구엔 '2012년 1월31일을 마지막으로 폐점을 하게 되었습니다. 갑작스럽게 알려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'라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. <br /> <br />리치몬드 제과점이 이곳 마포구 서교동에 문을 연 지 어언 30년. 하지만 가게 주인 권상범 씨는 지난해 4월 건물주로부터 "롯데그룹 계열사와 계약했으니 가게를 비워달라"는 통보를 받았다. <br /> <br />5년 전에도 한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에 밀려 홍대 앞을 떠날 위기에 처했던 그는 국내에 8명밖에 없는 '제과 명장'. <br /> <br />그 자존심을 지키고자 하루 70만원꼴의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며 자리를 유지해왔지만, 결국 힘에 부쳐 자리를 내주게 된 것이다. <br /> <br />권 사장은 "30여년간 내 집처럼 함께 해온 가게"라며 "유지할 능력이 안 돼 문을 닫기로 했다"고 아쉬움을 토로했다. <br /> <br />오랜 세월 '홍대 리치몬드'를 아껴온 단골손님들 또한 이구동성으로 아쉬움을 나타냈다. <br /> <br />홍제동에서 온 박인경씨는 "리치몬드는 홍대의 랜드마크"라며 "이곳이 없어지면 홍대 고유의 느낌도 사라질 것 같다"고 서운함을 표현했다. <br /> <br />대학생 때부터 이곳을 즐겨찾았다는 박석현(44) 씨도 "리치몬드는 추억이 담긴 곳이라 일반 빵집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"면서 "대기업 자본에 의해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는 게 안타깝다"고 했다. <br /> <br />이날 밤 11시, 권 사장은 전 직원들과 함께 가게를 마지막으로 찾은 손님들을 향해 "감사하다"며 일일이 머리숙여 고마움을 전했다. 이어 "마지막 추억으로 가게 문고리를 간직하고 싶다"며 정든 문고리를 뜯어냈다. <br /> <br />아이였던 손님이 딸의 손을 잡고 다시 찾아오던 그곳. 30년 전통의 '홍대 리치몬드' 제과점 간판은 그렇게 불이 꺼졌다. <br /> <br />[기획/제작 : 정영혁 박기묵 기자]