물방울처럼 평온한 無의 세계로…김창열 화백 별세<br /><br />[앵커]<br /><br />'물방울 화가'로 널리 알려진 추상 미술의 거장 김창열 화백이 9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.<br /><br />김 화백은 수십년 간 일관되게 다양한 물방울 회화를 선보였는데요.<br /><br />최지숙 기자가 돌아봤습니다.<br /><br />[기자]<br /><br />금방이라도 굴러떨어질 것처럼 영롱하게 맺힌 물방울.<br /><br />그 생생함과 함께, 세상을 투영하는 듯한 투명함이 시선을 붙잡습니다.<br /><br />한국 현대미술사의 거목, 고(故) 김창열 화백의 대표작 물방울 회화입니다.<br /><br />1972년 프랑스 파리에서 선보인 뒤, 50년 가까이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물방울 소재의 작품 활동을 이어왔습니다.<br /><br />마구간에서 지내던 가난한 유학 시절, 아침 햇살을 받아 빛나던 캔버스 위의 물방울을 본 것이 계기였습니다.<br /><br /> "씻으려고 대야에 물을 담았는데 잘못하다 뒤집어 놓은 캔버스 위에 물방울이 튀었어요. 크고 작은 물방울들이 캔버스 뒷면에 뿌려지니까 아주 찬란한 그림이 되더라고요."<br /><br />김 화백은 물방울에 인간의 불안과 분노, 공포 등을 용해시켜 깨끗한 무(無)의 상태로 되돌리는 작업을 해왔습니다.<br /><br /> "물방울은 무색무취하고 뜻이 없습니다. 그냥 투명한 물방울. 어떨 때는 영혼하고 닿을 수 있는 가능성도 있겠구나 하는…"<br /><br />소멸 직전의 아름다움과 동양의 철학을 담은 화풍은 세계 화단에서 주목받았고, 미술 시장에서도 높은 가격에 거래됐습니다.<br /><br />고인이 한국전쟁 당시 머물며 제2의 고향으로 여겼던 제주도에는 2016년, 그동안의 대표작들을 내건 '김창열 미술관'이 문을 열었습니다.<br /><br />평생 찰나의 물방울에 세상을 담았던 김 화백은, 그가 그리던 평온한 무(無)의 세계로 돌아갔습니다.<br /><br />연합뉴스TV 최지숙입니다. (js173@yna.co.kr)<br /><br />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: 카톡/라인 jebo23<br /><br />(끝)<br /><br /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