'지하철역서 휠체어 직접 타보니'…갈길 먼 장애인 이동권<br /><br />[앵커]<br /><br />장애인 단체들은 왜 매일 아침 지하철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걸까요.<br /><br />버스 앞에서, 지하철역에서 장애인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요.<br /><br />홍정원 기자가 직접 휠체어를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봤습니다.<br /><br />[기자]<br /><br />출근길 지하철역 승강장에서는 삭발식이 한창입니다.<br /><br />만원 열차도 멈춰 섰습니다.<br /><br /> "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휠체어가 승차하고 있습니다. 승객 여러분께서는 열차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."<br /><br />출근길 민폐라는 날선 비판보다, 장애인들은 차가운 무관심이 더 두렵습니다.<br /><br />사실 이들의 이동권 시위는 20년째 진행 중입니다.<br /><br />2001년과 2002년 각각 오이도역과 발산역 리프트 추락 사고 이후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지만 개선은 더딥니다.<br /><br />정치인들은 약속을 번번이 깼습니다.<br /><br />장애인들의 꾸준한 요구와 시위를 통해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는 조금씩 진전을 보였지만, 교통약자의 편의성이 세심하게 고려되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설치됐다는 지적이 뒤따랐습니다.<br /><br />국회는 2004년 교통약자법을 제정하고 정부가 2021년 기준으로 42%를 저상버스로 교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실제로는 27.8%에 그쳤습니다.<br /><br /> "보통 버스를 갈아타잖아요. 바로 한번에 가는 게 없다고 한다면. 그럼 100%가 아니면 이동권이 보장된다고 보기 어려운 거죠."<br /><br />실태 확인을 위해 직접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타봤습니다.<br /><br />엘리베이터는 길 건너편에 있습니다.<br /><br />신호에 쫓기듯 길을 건너 겨우 한 층을 내려왔지만 진짜는 지금부터입니다.<br /><br /> "5호선으로 가야 됩니다, 우리는."<br /><br />간신히 개찰구를 통과해 두번째 엘리베이터로 이동합니다.<br /><br />단 두번 만에 승강장에 도착하나 싶었는데, 1호선입니다.<br /><br />길이 복잡합니다.<br /><br /> "어디로 가라는 거야."<br /><br />이번엔 오르막길입니다.<br /><br />휠체어가 제자리를 돌 뿐 올라가지를 못합니다.<br /><br />다시 계단을 만났습니다.<br /><br />지하철을 갈아타려면 조금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.<br /><br />다음 엘리베이터까지는 100m가량 더 남았습니다.<br /><br />세번째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눈앞에 무빙워크가 보입니다.<br /><br />올라갈 방법이 없어 무용지물입니다.<br /><br />무빙워크는 조금 전 발걸음을 돌렸던 계단과 이어져 있습니다.<br /><br />동선 배치가 아쉽습니다.<br /><br />한참을 더 힘을 쓰고서야 도착한 5호선 승강장 코앞에서 다시 계단을 만났습니다.<br /><br />엘리베이터를 한 번 더 타야 합니다.<br /><br />난관은 끝이 없습니다.<br /><br />경사로를 따라 휠체어에 속도가 붙더니, 벽에 부딪힙니다.<br /><br />엘리베이터를 4번을 탔는데 지하철을 갈아타려면 다시 리프트를 타야 한다고 합니다.<br /><br />지금까지 1시간 정도 지났습니다.<br /><br />리프트에 타고 내리는 것도 일입니다.<br /><br />두번만에 겨우 휠체어가 리프트 위에 올라섰습니다.<br /><br />드디어 5호선 승강장, 하지만 타고 내리는 것도 문제입니다.<br /><br /> "발 빠짐 주의. 발 빠짐 주의."<br /><br />바퀴가 빠졌습니다.<br /><br />놀란 승객들이 힘을 모아 꺼내주지 않았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입니다.<br /><br /> "고맙습니다. 고맙습니다."<br /><br />한 정거장 오는 데 1시간 반이나 걸렸습니다.<br /><br />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정착역에서는 가파른 계단이 리프트 사용금지 표시가 붙은 채 휠체어 앞을 막아섰습니다.<br /><br />연합뉴스TV 홍정원입니다. (zizou@yna.co.kr)<br /><br />#장애인이동권 #지하철 #저상버스<br /><br />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: 카톡/라인 jebo23<br /><br />(끝)<br /><br /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