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br /> 2000년 6월 14일 오후 평양 백화원 초대소. 방북 이틀째, 김대중 대통령(DJ)이 김정일 국방위원장(이하 존칭 생략)과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마주 앉았다. 화해와 통일, 긴장 완화와 평화 등 남북 관계 개선에 관한 진지한 토론이 오갔다. 회담이 2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. 갑자기 김정일이 뜻밖의 말을 던졌다. 예상치 못한 파격적 발언이었다. <br /> <br /> “주한미군이 북한을 공격하는 데 있어서는 안 됩니다. (손가락을 치켜세우며) 하지만 중국·일본·러시아 등 우리를 먹으려 했던 나라들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미국(미군)이 통일 이후에도 한반도에 남아야 합니다.” <br /> <br /> DJ는 귀를 의심했다. 미군 철수는 북한의 숙원이다. 조국해방전쟁(6·25 한국전쟁)이 미군의 개입으로 좌절됐다고 믿는다. 미군은 ‘한반도의 외세 점령군’으로 제거해야 할 대상이다. 그런데 주한미군이 남북 간의 전쟁 억지와 한반도 주변의 세력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는 취지로 김정일은 말했다. <br /> <br /> “김 대통령께 비밀사항 말씀드리겠습니다” <br /> <br /> ‘주한미군 철수’는 1953년 김일성이 공식화한 이래 일관된 원칙이자 김일성의 유훈(遺訓)이다. 대외적으로는 변함없었다. 이런 상황에서 북한 최고지도자의 입에서 ‘미군 주둔’을 용인하는 발언이 나왔으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. <br /> <br /> 김정일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. “대통령께 비밀사항을 정식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”며 미국 공화당 조지 H W 부시 정부 시절에 있었던 비화를 털어놨다. <br /> <br /> 김정일: “1992년 초 미국 공화당 정부 시기입니다. 김용순 비서를 미국에 특사로 보내 ‘미군이 계속 남았으면 한다. 남과 북이 전쟁을 하지 않도록 막아 주는 역할을 해 달라’고 요청했습니다.” <br /> <br /> 김용순 조선노동당 국제비서는 1992년 ...<br /><br />기사 원문 : https://www.joongang.co.kr/article/25162752?cloc=dailymotion</a>